살랑살랑 부는 바람 앞에 뜨거웠던 태양의 맹렬함이 멈칫멈칫해진 느낌이다. 소리 없이 가을이 다가왔다. 가을은 높고 푸른 하늘이 아름다운 계절이다. 농부의 풍성한 수확이 끝나갈 무렵에는 형형색색의 단풍이 산야를 메운다.


사람 중에도 가을을 닮은 이들이 있다. 그 사람 주위에 가면 더위가 사라지고, 화사한 단풍 같은 멋이 풍긴다. 가을을 느끼게 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밝은 표정이다. 조급함이나 모자람을 찾아볼 수 없는 넉넉한 풍성함을 보여준다.


빛나는 샛별처럼 반짝이는 눈이 풍성한 밝은 표정을 만드는 데 많은 역할을 한다. 어떤 눈 모양이 이런 기능에 부족함이 없을까? 외꺼풀보다는 쌍꺼풀이 있는 눈, 작은 눈보다는 큰 눈이 호소력을 더욱 높인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쌍꺼풀 수술은 크고 화려한 서구적인 눈을 선호하는 사람들 때문에 선명하고 두꺼운 눈성형이 유행이었다. 현대에는 자신의 얼굴에 어울리는 자연스러운 라인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를 연출하기 위해 앞트임, 뒤트임 수술이 2000년대에 들어서 급격하게 퍼지기 시작했다. 요즘은 밑트임 수술까지 등장했다.


눈의 변화는 골격의 구조, 뜨는 힘, 피부의 여분이나 탄력도를 비롯한 각자의 조건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작은 실눈이 아주 큰 눈으로의 변신은 만화영화에서나 가능하다. 성형 수술의 한계점을 인식해야 부작용을 최소화한다.


하지만 수술 후의 불만은 생기게 마련이다. 이 중 가장 많은 사례는 80년대식의 쌍꺼풀이라 불리는 붓기가 덜 빠진듯한 부자연스러운 눈이다. 두꺼운 눈꺼풀인 경우, 처음엔 다소 굵고 선명하게 쌍꺼풀 라인을 만들게 된다. 3개월에서 6개월 사이에 부기가 빠지면서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는다.


이렇게 부기가 빠지면 모두가 만족하지만, 변화가 없다면 근육과 지방을 충분히 제거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쌍꺼풀 라인을 지나치게 깊게 고정한 탓도 있다. 눈꺼풀이 두꺼우면 근육 밑의 지방과 안검판의 지방, 그리고 근육까지 모두 조정해야 얇고 자연스러운 쌍꺼풀이 된다.


아름다운 단풍이 북서풍에 의해 떨어지면, 눈은 셔터 역할을 하며 각막을 보호한다. 먼지 같은 이물질이 덜 들어가도록 막는다. 이런 기능적인 면은 눈이 작을수록 도움이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눈꺼풀이 두텁고, 크기가 작은 것은 춥고 건조한 날에 최적의 보호 기능을 갖도록 적응됐다고 볼 수 있다.


눈 성형을 계획하는 사람 중에 눈 모양에만 집착하는 예가 더러 있다. 쌍꺼풀 수술은 단순히 라인을 하나 만드는 것이 아니다. 눈의 기능적인 면과 자연스러운 결과, 얼굴 전체의 비율이 바뀜에 따른 미용적인 부분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라움성형외과 최응옥 원장(의학박사·성형외과전문의)